박정은의 질투 어린 눈으로

자글자글하고 얼룩덜룩하다. 붉고, 어둡고, 밝다. 빨간 가운데 하얗다. 빨간 것들은 까맣게 가려져있다. 노랗고 푸른 선들이 휘어져있다.






여러 겹이 포개어져 선과 면을 이루는 딱딱함은 필요한 것들을 받쳐준다. 같지만 다르게 세워진 옆의 것들과 붙어 없어질 수 없는 가는 틈을 만들고 대충 말하자면 공간을 제공한다. 네가 입은 것들을 망치지 않도록 네 피부에 자극이 닿지 않도록 튼튼하게 버티고 서 있어 준다. 이것은 여러가지를 이고 있으나 그 중 네게 가장 중요한 것은 하얀 것이다. 하얀 것은 둥글다.

매끈하고 직선이 없다. 아주 미세하게 쳐다본다면 네가 직선을 보았다고 우길 순 있으나 대체로 굽어있는 것이다. 붉은 선이 가끔 또 동그란 뭉치를 그리고 전체적으로는 파란 선이, 파란 점이 하얀 것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바다는 하얀 지점이 많아 반짝반짝 거리고 하얀 것은 검은 것과 만나 서로가 서로일 수 있어 가장 각자이도록 한다. 하얀 지점은 전체를 화려하게 만들어준다. 강조를 시켜주는 것이다.

강조는 곳곳에 있다. 검은 것은 보기로도 강조가 되지만 네 혀가 더 잘 느낄 수 있다. 사실 하얀 것은 가짜이다. 하얀 것을 실존하는 것이라고 말 할 수 있는가? 하얀 것과 검은 것은 같은 것인데 네가 그것을 보기 때문에 달라 보이는 것이다. 손끝이 하얀 것과 검은 것을 만난다면 차이를 느낄 수 없다. 코는 하얀 것과 검은 것을 구별해낼 수 없다. 심지어 네가 조금 다르게 본다면 하얀 것과 검은 것은 달라질 것이다. 하얀 것이 갈색 것과 함께 있는 것을 본다면 더 잘 느낄 수 있다.

이 촉촉한 것이 얼마나 예민한 것인지 말이다. 분명히 담백하고 달짝지근했으나 이후엔 텁텁하다. 분명히 알리신 때문이다. 보기만큼 조화롭지만 굉장히 컴팩트하고 알차며 소탈할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무겁고 부담스럽다. 게다가 텁텁하다. 먹으면서 맛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맛을 먼저 상상하고 물리적으로 물려주는 것이다. 자린고비나 다름없다.

먹어보지도 않은 맛을 예상하게 한다니! 익숙한 것은 무섭다. 교육된 것일지도 모른다. 객관적인 것은 없다. 교육된 것, 공유된 것, 합의 된 것만이 있을 뿐이다. 그러나 예상하고, 기대하고, 실망하는 과정도 익숙하다. 너는 또 예상할 것이고, 또 기대할 것이고, 또 실망할 것이다. 원래 그런 절차를 밟고 그런 결과를 얻는 것이라고 공유되었기 때문이다. 곧있어 제공자와 합의까지 해버릴 지도 모른다. 너는 다른이를 교육해버릴 지도 모른다.




박정은도혜린, 강수빈, 그리고 새로운 질서와 함께합니다.